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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1.12
000전도사님과 홍규와 시간을 맞추는 것이 잘 안되어 홍규네 집에 나만 가게 되었는데, 하나님의 함께 하심으로 참으로 축복된 시간이었다. 내가 수화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지만, 손바닥에 서로 써가며 얘기하는데 시간가는 줄 몰랐다. 비록 대화하는데 불편함이 있었지만,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보다 훨씬 답답한 것이 없었다. 아니, 답답한 것이 전혀 없고 정말 편했다. 같이 있기가. 오랜 친구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오늘 교회에서 받은 달력을 보며, 홍규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양을 가르쳐 주었고, 고린도전서 13장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내가 안지 얼마 안 되었지만 사랑은 참는 것으로 시작해서 (홍규가 '오래'참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는 것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내가 몇 사람에게나 이 말을 할 수 있을까? It's amazing what can happen in Jesus!
'예배'라는 단어와 '찬양'이라는 단어를 내가 잘못 말했기 때문에 홍규가 내 손을 바로 잡아주었다. 내 삶을 풍성하게 해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졸업하고 뭐하고 싶냐고 물어봤더니 광고 편집하고 싶기도 하고 프로그래머가 되고도 싶은데 듣지 못하기 때문에 답답하다고 했다. 나도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또한 내 마음에 드는 생각은, 영적인 행복과 세상적인 행복이 얼마나 다른지! 물론 내가 홍규를 안지 얼마 되지 않았고, 수화를 모르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깊이 아는데 힘들지만, 그를 보고 있으면 영혼이 평안하다는 느낌이 든다.
홍규와 대화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몇 개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을 발견했다. 취미가 뭐냐고 물어봐서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음악 듣는 것? (왜, 그걸 말했을까? 아무 생각없이....) 책 보는 것? 잘 모르겠는데, 홍규가 나는 자는 것, 나도!!!!
너 여자친구 있니? 없다고 그러며 '데이트'라는 말을 했다. 내가 이해 못해서 내 손에서 쓰다가 다 쓰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어 서둘러 내렸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여자친구(steady)는 없고, date 만 하나? (얼마나 미국적인 사고방식인가?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려서 손바닥에 다시 써줬다. '데이트' 그건 알아. '비' (데이트비) 어. 나랑 똑같아! 나도 그래!
홍규가 청량리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보니까 미주라는 극장이 있는데 거기서 <미지왕>을 한다고 광고를 붙여 놓았다. 잘 어울리는 이름들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