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1. 밖 시골길 낮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시골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다. 그 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인 듯, 마른 갈대가 무성하다.
씬 2. 밖 강가 낮
보영이 (전 씬에서 본 소녀) 혼자 강가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보영이의 뒷모습만 보이기 때문에 보영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보영이가 나뭇가지로 강물을 휘젓고 있는 것이 보인다. 강은 가장자리에만 살얼음이 얼었을 뿐이다. 보영이는 갈대 잎으로 배를 만들어 강물에 띄어보낸다.
제목
씬 3. 밖 외양간 앞 낮
보영이가 마을로 들어온다.
씬 4. 밖 경희네 집 앞 낮
보영이가 집 앞에 앉아있는 경희를 보고 반갑게 뛰어온다.
보영: 빨리 가자.
경희: 나 못가.
보영: 왜?
경희: 엄마가 집에 있으래. (일어나 집 쪽으로 천천히 가면서-frame out)
보영: 엄마 어디 아프셔?
경희: 아니, 집에서 곰부하래. (OS 집으로 들어가며)
보영: 공부는 갔다와서 하면 되잖아. 한 번만 더 물어봐. (문 쪽으로 가며 PAN)
경희: 소용없어. 너 우리 엄마 성질 몰라?
보영: 왜 너가 화를 내고 야단이야.
경희: 너가 그렇게 만드니까 그렇지.
보영: 그래서, 너 약속 깰거야.
경희: 그럼 어떻게 하냐. 엄마가 못 나가게 하는데. 넌 좋겠다.
경희가 문을 팍 닫는다.
씬 5. 밖 샛강 낮
샛강은 한산한 편. 짝을 지어 썰매를 타고 있는 남자아이들. 공놀이하는 아이들. 보영은 한 쪽에서 혼자 열심히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한참 열심히 얼음을 지치던 보영, 계속 얼음을 지치는 것에 싫증을 느꼈는지 두 팔을 벌리고 뒤로 원을 그리며 도는 것을 시도한다.
보영은 뒤로 돌다가 샛강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소년을 발견한다.
소년과 보영의 눈이 마주친다. 보영, 중심을 읺고 넘어진다.
소년은 그것을 보고 뛰어가 자기 혼자 힘으로 일어서려하는 보영을 도와준다.
씬 6. 밖 샛강 낮
보영, 운동화 신발끈을 다 묶고,
옆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소년을 본다. 소년은 보영과 눈이 마주치자 얼음판에 손가락으로
'이름이 뭐니?'라고 쓴다.
보영이는 생각지 못했던 질문에 모기 만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보영: 보영이요.
소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보영이는 자기가 너무 작은 소리로 말해서 오빠가 못 들었나 하고 다시 말한다.
보영: 최보영이요.
그 때 공놀이하던 아이가 잘못 던진 공이 소년의 등에 맞는다.
보영이는 놀라 일어난다.
소년은 몸을 털고 일어나 미안해하는 꼬마에게 공을 돌려주며 무슨 말을 하는데, 아이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보영이는 깨닫게 된다. 소년이 벙어리라는 것을.
(씬 6. 계속)
보영이는 '불쌍하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왠지 모르게 겁도 나서 한 걸음 한 걸음 뒷걸음을 친다.
아이는 공을 가지고 친구에게로 돌아가고 소년은 보영이를 본다.
보영이는 뒷걸음치다가 소년과 눈이 마주치자 몸을 돌려 도망친다.
씬 7. 안 경희네 집 낮
경희가 라면과 김치를 가지고 들어온다. 보영이는 경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돕는다.
둘은 작은 밥상에 나란히 앉아 라면을 먹는다.
보영: 김치가 너무 시다.
경희: 엄마가 그러는데, 올해는 김장한 다음에 날씨가 너무 푹해서 그렇대. 너 밥도 먹을래?
보영: 아니, 괜찮아.
경희가 그릇을 들어 후루룩 국물을 마시고 내려놓는다.
경희: 보영아, 우리 내일 스케이트 타러갈까?
보영: 아니, 어, 우리 딴 거하고 놀자.
씬 8. 밖 샛강 낮
샛강의 마을 쪽에는 얼음이 드문드문 녹아있다. 보영이 혼자 얼음판 위를 걸어간다. 얼음이 얇아 한 발자국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난다. 물이 드러난 곳에는 파장이 인다.
씬 9. 밖 샛강 낮
보영이가 얼음판에 글씨를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하고 있다.
그 때, 멀리서 큰아버지가 보영이를 부른다.
큰아버지: 보영아!
보영이가 돌아본다.
큰아버지: 얼음 지치려고?
보영: 아니요.
큰아버지: 늦었는데 집에 가자.
보영: 네.
보영, 큰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뛰어간다.
집에 돌아가는 큰아버지와 보영이의 뒷모습이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