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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ECHO FILM 감독 - 월간 키노

 

말하자면 이 영화는 어느 순간에 멈춰 서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돌아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이 영화의 첫장면이 보여준다. 우리는 우선 멀리서 멈춰 선 것 같은 시선으로 저 멀리 눈이 내리는 저편을 오랜 동안 들여다보고 있어야 한다. 아주 오랜동안 기다려야 하는 그 첫 순간에 우리들은 많은 상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마치 원근을 잃어버린 것 같은 구도 속으로 멀리서 소녀가 걸어온다. 이 소녀는 시골 큰 아버지네로 와서 살게 된 아홉살 보영이다. 흑백 화면은 눈결처럼 여기저기 여백을 남겨놓고, 그 비어있는 화면의 틈새들은 우리들에게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채색된 공백의 세계이다. 이제 그 소녀와 함께 세상을 돌아보고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들만이 이 영화를 천천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만일 과격한 실험이나 세상의 모순과 싸우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에게 이 작은 우주는 하찮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녀 보영이 이 작은 마을에서 벙어리 소년을 만나 그 마음을 보지 않고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와서 후회하는 작은 우화를 그려낸 단색조의 균일한 면들은 오히려 드러난 이야기 바깥에서 조심스럽게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빛의 흐름을 놓치게 만들지도 모른다. 여기에는 카메라 곁에서 그 주변을 감싸는 서로 겹쳐진 빛과 그것을 떠받치는 느린 감정의 흐름이 있다. 그것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세계이며, 소녀 보영의 후회를 통한 깨달음이 담겨져 있는 변화이자 새로운 생성이다. 그 마지막 순간에 보영은 자신의 후회를 어찌할 줄 모른다. 이미 벙어리 소년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아오지만 이미 그 순간 보영에게 그 반복은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이제 혼자 남겨진 보영은 이 세계를 채우고 그 곳에서 자기가 감지할 수 없었던 부끄러움을 일깨운 의지를 알고 싶어 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저 멀리 보이는 교회의 십자가는 그럼으로써 이 작은 우주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암시이다.

 

신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