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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이 만난 세 중국 감독 - 한겨레
왕자웨이
"감독의 마음을 관객이 읽는" 그런 영화가 영화다.
다시한번 왕자웨이 식으로 시작해보자.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때로는 일분 만에 영원힌 친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그와 함께 보낸 일분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지울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분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중략>...
내가 그의 편을 드는 이유는 단지 영화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서울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그를 모신적이 있다. 그 해 공동집행위원은 김홍준 선배였으며, 심사위원장은 이제는 고인이 된 김기영 감독이셨다. 그리고 왕자웨이와 김소영씨, 김동원 선배, 정지우 감독이 심사위원이었다. 16편의 단편영화를 보고, 마지막 날 토론이 있었다. 원칙상 집행위원은 참석은 하지만, 그 어떤 견해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한편의 영화를 마음 속으로 밀고 있었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영화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 영화에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왕자웨이가 그 영화를 지지했다. 좀 더 정확하게 "그 영화를 위해서 나에게 방어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영화는 그 해 예술 공헌상을 받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 영화를 내가 왜 좋아하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한다. 조심스럽게 왕자웨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어떤 영화가 좋은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에 이끌린다. 그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만든사람의 진심을 알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영화가 결국 영화다." 이 마지막 말은 왕자웨이의 영화에도 여전히 맞는 말이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자기의 진심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다. 또는 결국 그와 나는 같은 영화정신을 믿는 사람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왕자웨이는 그걸 창조하고, 나는 그걸 보면서 넋을 잃는다.
그날 상을 받은 영화는 ECHO FILM 감독의 <스케이트>였다. 그리고 이듬해 그 영화는 칸 영화제에 한국영화로서는 처음 경쟁부문 단편영화에 초대되었다. 그 해 겨울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