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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의도가 최선의 결과를 낳지 못하는 현실을 그리고 싶었다 - 열린영화

 

Q: <스케이트>는 97년 서울 단편영화제에서 예술 공헌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흑백으로 촬영된 아름다운 샛강의 풍경, 절제된 연출 등을 볼 때 수상결과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구체적인 심사평은 어떤 것이었나?

 

A: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왕가위 감독이 "This film was my favorite" 이라는 말을 하고 예술 공헌상 수상작으로 <스케이트>를 발표했었다. 그의 영화와 내 영화는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의외의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됐는데 "lt;스케이트>는 내(왕가위)가 절대로 만들 수 없는 영화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Q: 확실히 <스케이트>는 왕가위의 영화와 달리 스타일보다는 주제가 중심이 되는 진지한 영화다. 작품연보를 보면 <스케이트>는 당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두 번째 영화다. 첫 번째 단편영화<가난한 사람들, The Poor>를 보면<스케이트>와 한가지 공통된 주제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가난한 자, 청각 장애인과 같은 소외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안타깝고 따뜻한 시선이다. 이런 주제들을 다루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정확히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은 첫 번째 영화가 아니다. 고등학교 때 영화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유학을 떠났고, 처음 영화를 만든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 후 대학 2학년 시절 5개의 습작을 만들었는데 모두 5분정도의 짧은 단편이었고 슬라이드처럼 찍으면 바로 프린트가 되는 리버스 필름으로 만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16mm 네가필름(nega film)으로 작업한 첫 영화다. <스케이트>에서 청각 장애인이 등장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소녀도 원래는 청각장애인으로 설정했다가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를 구하지 못해서 포기했다. 아주 숙련된 배우라면 모르지만 청각장애인들의 발음이 일반인들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설프게 연기할 바엔 포기하는 편이 낳다고 생각했다. <스케이트>는 한국에서 촬영했는데 다행히 영락 농아인 교회의 도움으로 청각 장애인을 배우로 캐스팅할 수 있었다.내가 특별히 청각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성경의 로마서 10장 10절의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는 말씀 때문 이었다. 처음 복음을 듣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입술로 고백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은 어떻게 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중에는 지나치게 문자적으로 그 구절을 해석한데서 생긴 오해라는 걸 알았지만 여전히 청각장애인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

 

Q: <스케이트>에 대한 감독의 말에서 당신은 장애인을 처음 대할 때 느끼는 당혹감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스케이트>는 청각장애인의 아픔보다는 그들을 대하는 감독 자신을 포함한일반인들의 감정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영화가 치열하고 고발적이기 보다는 자기 반성적이다.

 

A: 서울 단편영화제의 심사위원 중 한분은 이 영화가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이기 때문에 점수를 깎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상상히 놀랐다. 나는 온정주의라는 단어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내 영화가 요즘 영화의 경향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과 3,40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에서 가족의 소중함,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다루어졌지만 지금은 그런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빌 어거스트 감독의 <The Best intention, 최선의 의도>인데, 그 영화의 모티브는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엉뚱하게도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2학년 때 만든 5개의 습작 중에서 2편도 바로 이 같은 주제를 다루었고 <스케 이트>도 같은 선상에 있다. 주인공 보영이는 전혀 소년을 무시할 생각이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년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엄마가 없는 보영이에게 친구 경희의 말이 유난히 거슬렸고 그 날따라 심시가 편치 않았는데 갑자기 청각장애인 소년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이런 일들이 현실 속에서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고 느꼈고 보영이의 이야기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Q: 요즘 뉴욕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걸로 알고 있다. 다음 영화에 대한 계획은 없는가?

 

A: 아직 다음 영화에 대한 계획은 없고 여러가지 책을 읽으면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유재희 - News Letter <열린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