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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관계 또는 커뮤니케이션 산물이다 - 스크린
먼저 축하한다. 어떻게 출품하게 되었나?
개인적으로 출품했고 지난 3월 중순에 칸영화제 집행위원회에서 팩스로 결과를 보내왔다. 본선에 진출했다는 소식에 정말 놀라웠고, 기뻤다. 세계적인 단편영화제인 끌레르 몽 페랑이나 오저하우젠 영화제는 본선 진출작이 50여편에 이르지만, 칸 영화제에선 15편이 본선에 오른다. 그 안에 포함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자랑스럽다.
영화<스케이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뉴욕에서 생활할 때 한 아주머니로부터 들었던 얘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6학년 된 보영이란 딸이 혼자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가 장애인을 처음 대하고 느꼈던 낯선 감정들을 자세히 얘기해 주셨다. 짧고 단순한 얘기였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고 그 인상이 그림으로 보이기 시작해 일기장에 써 놓았다. 8개월 후 단편영화를 기획하면서 이 얘기가 생각났고, 전에 그림으로 보이기 시작한 장면들을 정리해 촬영하게 되었다.
영화의 촬영지는 어디인가, 또 흑백으로 촬영한 이유는 뭔가?
경기도 여주에서 촬영했다.
갈대밭, 샛강, 마을의 풍경이 내가 생각했던 그림과 잘 맞아떨어졌다. 흑백 영상으로 간 이유는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에 그림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때 흑백으로 밖에 안 보여서 그렇게 촬영한 것이다.
서울 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의 반응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스크린>에 나왔던 '한폭의 수묵담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는 평이 기억에 남는다. 또 동생의 여자친구가 영화가 끝났을 때 '벌써 끝났나? 하는 의구심과 뭔가 설명되지 않았다는 느김을 가졌다'고 했는데 그것도 오래 생각난다. 단적으로 <스케이트>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출발이 그랬으니까. 주인공 보영이가 느끼는 감정을 사건화시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보영의 주관적인 심정을 영상으로 표현하려 애썼다. 도입부와 결말부의 롱 테이크를 통한 정적인 화면은 보영이가 느끼는 마음의 그림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 그렇게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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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공부하면서 영향받은 인물이 있다면?
수시로 변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은 뉴욕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할 때 녹음을 가르쳐주신 분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맨해튼에서 영화를 찍을 때 도시의 시끄러운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면서 100% 동시녹음을 해낼 정도로 능력있는 분이셨고, 강의를 할 때도 2시부터 5시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했으며, 심지어 6시까지 가르치다 다음 강의실로 뛰어 가는 열정 있는 분이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을 좋아한다.
평소 영화의 모티브는 어디에서 얻는지?
단편영화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는 것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다. 그 경험을 토대로 직접 각본을 쓰는 것이다. 전작인 단편영화 <가난한 사람들>은 홈리스가 주인공이다. 휴학하고 한국에 왔을때 대학로에서 노방전도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의 얘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스케이트>도 비슷한 경우다. 뉴욕에 있는 '밀알'이란 장애인 선교단체에 다녔었는데, 그때 나는 휠체어를 탄 아이를 보살피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곳에서 만난 아주머니로부터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스스로 혼자 구성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 관계를 통해서 얻어지는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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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가장 힘든 질문이다. 음..... 일단 나름대로 틀을 정한 것은,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저예산 예술영화나 혹은 고예산의 상업영화가 될 지라도 말이다. 또 우선은 확신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 <스케이트>를 완성하는데 8,9 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에는 오직 그 영화만 생각했다. 또 그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96년부터 98년 4월 지금까지 그 영화의 잔상이 남아있을 정도다. 하물며 장편 영화는 오죽할까 싶다. 아마 2,3년에 걸쳐 만들 것이고 잔상도 훨씬 오래 갈 것이다.
한국에서 여성이 영화를 만드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 보았나?
일반적으로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여성이란 점이 감독의 카리스마를 격하시키지는 않는다고 본다. 감독의 존재감은 현장에서의 진행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 예로 뉴욕대를 졸업하고서 1년여 동안 조명부에서 일했는데, 어떤 감독이 조명에 대해 너무 몰라 낮과 밤의 조명 세트를 혼동하는 경우를 봤다. 그런일이 빈번하다면 스테프가 감독을 따르지 않게 된다. 반대로 여성이라 할 지라도 현장에서 진행해야 할 부분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면 스태프와 호흡이 잘 맞을 것이고, 영화작업은 원할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스케이트>의 칸 영화제 단편영화 본선진출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칸 영화제에 보낼 서류와 필름 자막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아무튼 세계적인 영화제의 본선에 내 작품이 오른 것이 무척 기쁘고, 앞으로 영화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임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