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 LOOK 특집기사
ECHO FILM은 뉴욕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97년에 스케이트(35mm. 10분)가 제 51회 깐느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국내 영화계에 이목을 집중시킨 신인 영화감독이다.
이후 2000년에 또 한편의 작품 <생(生)>을 제작하여 가능성을 입증한 ECHO FILM감독이 2002년 현재, 장편영화에 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과 제작사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CCMLOOK 특집기사의 주제가 이었기에 가능했던 ECHO FILM 감독과의 만남은 새로웠다. 강인하고 의욕 넘치는 삼십대 초반의 ECHO FILM 감독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1. 늘 만나보던 음악사역자가 아니라 영화감독을 만난다는 것은 왠지 모를 설렘과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는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연극에 관심이 많았어요. 혼자 연극공연을 관람하러 극장에 자주 가곤 했지요. 또 동네 친구들과 언니들을 모아놓고 연극공연을 하기도 했고요. 3·1절에 공연한 '유관순'과 무더운 여름에 공연한 ‘리어왕’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려서부터 가진 연극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영화로 옮겨져서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2. 아주 어려서부터 간직한 꿈이 이루어지셨네요?
영화를 만드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을 추구해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중간 중간 갈등은 많았었지요. 대학에 막 입학하였을 때 그 고민을 많이 했어요. 뉴욕대 영화과에 들어갔는데, 영화로는 전세계에서 유명한 학교잖아요. 각 나라에서 유학 온 실력 있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는데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열등의식 때문에 갈등도 했지요. 졸업 후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고요. 영화가 안정된 생활을 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여러번 그만두려고 했지요.
3. 그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하나님께서 저를 격려해 주셨어요. 하나님께서 함께 계시고 하나님이 공급해 주신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셨죠. 세상은 나에게 ‘너는 할 수 없다. 돈도 못 벌고, 네 나이도 많다. 그래서 넌 불가능해’라고 말하지만 하나님은 ‘넌 할 수 있다’고 계속 용기를 주셨어요. 영화감독이란 직업이 실상은 화려하지 않아요. 댓가가 바로 바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내가 이 길을 걷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4.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확신과 소명의식이 있으시군요. 영화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중요한데, 감독님이 꼭 만들고 싶은 영화는?
인터뷰할 때 자주 질문을 받곤 하는데, 감독으로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에요.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보통 말하지만 제가 바라는 것은 예수님이 제 삶의 주인되심을 믿기 때문에 ‘예수님을 드러내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5. 스케이트나 생(生)에선 어떻게 예수님을 드러내셨는지요.
상징이 될 만한 것을 구체적으로 심어놓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무엇인가를 남게 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든 스케이트 마지막 장면에 아주 작은 교회가 있어요. 그것도 뾰족한 첨탑이 있어서 교회구나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작아요. 그런데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곳에 십자가가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사실, 십자가는 없는데 사람들은 조그만 교회의 첨탑을 십자가로 기억하더라고요. 사람들의 마음에 십자가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기뻐하고 있어요.
6. 당신의 영화 속에서 음악은 어떻게 사용되었나요?
<스케이트>에 수록된 음악이 참 아름다워요. 3곡이 수록되었는데, 중학교 동창이 만들어 주었어요. 친구이름이 김의석인데 맨하튼 스쿨에서 음악을 전공한 친구지요. <생(生)>에는 음악이 거의 안 나오는데 좋은 씨앗 5집 <더 좋은 세상>에 수록된 Compassion을 부분적으로 사용했어요. <생(生)>은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것임이요’라는 말씀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어요. 세상적인 관점에선 죄를 덮어두어야 위로라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의 진정한 용서와 위로는 죄를 고백하고 회개했을 때 경험하게 되는 거잖아요.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영화에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compassion을 사용했지요.
7.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여자 주인공은 한국인으로서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고, 남자 주인공은 재일 동포 3세로서 조총련계 학교의 선생이에요. 여자가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사이에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그들의 사랑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헤어 집니다. 그리고 7년 후 다시 일본 땅에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지요.
8. 스토리는 매력이 있지만 리얼리티가 강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요즘 관객들에게 리얼리즘은 관심 밖의 주제라서 걱정이에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연인들의 사랑문제를 다룬다고 하지만 이념과 분단, 역사, 정치 등 민감한 부분을 완전히 비켜갈 수 없는 스토리니까요.
9.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된 나라의 후세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민감한 이념문제에 접근하시는 이유는?
작년 여름에 조총련에 관한 짧은 신문기사를 읽었어요. 그 기사를 통해 저의 고정관념이 많이 깨졌지요. 한국에서 조총련에 대해 가진 이미지가 있잖아요. 북한을 지지하단체라고 오해하시는데 동포들의 권익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서 민족교육을 주도한 건 총련이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이런 내용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들에 대한 마음을 주셨고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세심하게 인도해 주셨어요. 그 동안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일본에 네 차례 다녀왔어요. 총련학교를 방문하고, 그 곳에서 일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도 하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지요. 그러면서 하나님이 총련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시고 긍휼히 여기시는 지를 깊이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만난 대부분의 총련측 사람들은 복음과는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또 하나의 미전도 종족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들에 대한 중보의 마음으로 저는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ECHO FILM 감독은 장편영화를 처음으로 준비하면서 넘어야 할 많은 산을 만나고 있다. ‘ 하나님! 너무 힘들어요’ 할 때 묵상하게 된 사람 갈렙을 통해 조감독은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분이기에...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겐 능치 못함이 없느니라’는 말씀을 굳게 붙잡는다. 영화를 통해 세상 속에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싶은 소원을 품고서 말이다.
연출 취재/ 김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