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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k – A STEVEN SPIELBERG FILM(1992.01)
후크선장
▶ 12월 11일, 스필버그의 피터팬 드디어 개봉하다.
자신이 네버랜드에서 피터 팬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배가 나온 중년의 변호사(로빈 윌리암스)는 가족에게 소홀히 한 채 오직 일과 성공에만 매진한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불만으로 개운치 않은 감정을 지울 수 없는데, 특히 아들 잭(찰리 코스모)은 아버지가 자기의 야구시합에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매우 낙심한다.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 철이 다가와 온 가족은 여느 해처럼 런던에 사는 웬디(매기 스미스)를 방문하러 간다. 이제는 92살의 할머니가 되어버린 웬디는 고아를 위한 사회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사실 피터가 웬디의 손녀 마이라와 사랑에 빠져 네버랜드를 떠나 인간세계에 살 것을 결심했을 때 피터를 위해 입양을 주선한 사람은 웬디였다.
잭과 잭의 누이 동생 메기는 웬디가 읽어주는 피터 팬 이야기를 즐긴다. 물론 이 당시에는 자기들의 아버지가 피터 팬 이라는 사실을 두 아이들은 상상도 못하고 있지만.
그런데 어느 날 밤 어른들이 외출한 틈을 타 애들이 납치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수십 년 전 피터로 인해 한 손을 악어에게 물렸던 후크 선장이 애들을 이용해 못 이룬 복수를 꿈꾸는 납치극을 벌인 것이다. 그래서 피터는 팅커 벨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구출하려 네버랜드로 떠난다. 하지만 피터는 팅커 벨과 후크 선장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거운 몸과 나는 것을 잊어버려 후크 선장과 싸우기에는 도대체 역부족! 그래서 팅커 벨은 후크로부터 3일간의 시간적 여유를 받아내어 네버랜드 해적들에 대항해 따로 모여사는 아이들의 도움으로 피터를 ‘지옥훈련’시킨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우선 피터는 그동안 몸을 하도 움직이지 않아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 헐떡거리고, 네버랜드의 악동들은 피터에게 조금도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피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족한 상상력. 식사시간이 되어 애들이 다 식탁에 모여 밥을 먹는데 피터에게는 음식이 보이지가 않는다. 또 날기 위해서는 ‘행복한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피터는 여기에 번번히 실패해 땅에 곤두박질하는 것을 거듭한다.
▶ 저녁밥상에서 시작해서…… 700만 불이 투자되다
<후크 선장>의 발상은 의외로 거의 우연에 가깝다. 각본가인 짐 하트는 <후크선장>을 창작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내 여섯 살 짜리 아들 제이크가 어느 날 저녁식사 중에 이런 질문을 했지요. 아빠, 만약 피터 팬이 어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30분 동안 딸 줄리아까지 합세해서 우리 가족은 ‘어른이 된’ 피터 팬의 이야기를 구성해 냈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것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지요.”
아니, 왜? 헐리우드의 제작자들은 어른 피터 팬의 이야기는 한 마디로 너무 황당무계하다고 딱 잘라 아무도 영화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마이크 메더보이가 갑자기 그 대본에 영감을 받고 더스틴 호프만에게 전화를 걸기까지는 말이다. 메더보이와 호프만은 이 환상적인 이야기가 ‘홈런’을 치리란 확신을 갖고 제작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후크 선장>의 감독과 피터 팬 역을 맡을 배우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빈 윌리암스를 결정하는 것은 별로 힘든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피터 팬의 꿈과 공상에 이 두 사람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 제작비 7500만 달라로 ‘디즈니랜드 스튜디오’를 세우다
네버랜드의 세트는 디즈니랜드 놀이기구의 좀더 세련된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환상(Fantasy)’ 그 자체이다. 특히 해적선 ‘졸리 로저’호는 51미터 너비, 10.5미터 높이의 그야말로 메머드 크기의 소품으로 제작에만 150만불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이는 <ET>의 우주선 제작비와 맞먹는 비용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의 소도구중 단연 최고액이다. 제작사인 트라이스타사는 이 배를 50만불을 들여 플로리다 오를란도의 유원지로 옮길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해적마을이니 네버랜드를 완벽하게 재현한 이 전설적인 세트장에 찾아온 방문자의 명단도 정말 엄청나다. 케이트 켑쇼, 에이미 어빙(스필버그의 현부인과 전부인)은 물론이고, 워렌 비티, 피터 보그다노비치(<마지막 영화>), 제프 브리지스(<전설적인 베이커 형제>), 글렌 클로즈(<위험한 관계>), 숀 코네리, 프란시스 코폴라(<대부>), 케빈 코스트너, 톰 크루즈, 빌리 크리스탈(<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사랑>), 리차드 기어, 우피 골드버그(<사랑과 영혼>), 미셀 파이퍼, 브루스 윌리스 등 스타들이 <후크>의 촬영현장을 헐리우드의 사교파티장으로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12월 11일에 개봉한 이 영화의 대주주 소니사는 4000만달러 정도의 예산을 희망했으나, 스필버그의 야심은 제작비가 급기야 7000만 달러에 육박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스필버그, 더스틴 호프만, 로빈 윌랑ㅁ스는 영화의 흥행성적에 따라 배당을 따로 지급받도록 계약이 되어있어, <후크 선장>의 제작비는 <T2>만큼은 아니더라도 엄청날 것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예상. 참고로 제작사에서 잡는 수익 기대치는 최소 2억 달러.
▶ 엇갈리는 찬반론! 스필버그는 부활할 것인가
<후크 선장>의 광고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믿을 수 없는 환상의 스타군단, 물론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 중 제일 스타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후크 선장>의 연기자들도 현재 미국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특A급의 배우들이다.
시작한지 1시간이 넘도록 얼굴을 비추지 않는(!) 주인공 후크 더스틴 호프만은 <딕트레이시>에 이어 배우가 분장술과 연기로 각 영화에서 얼마나 달라 보일 수 있는 보여준다. 사실 후크의 갈쿠리 손은 1.5kg에 육박하고 가발과 코트도 너무 무겁고 더워 냉각기를 고무 호스로 연결해 코트와 등 사이에 집어 넣는 등 연기하는 데 고생이 정말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더스틴 호프만은 3월까지는 본인이 등장하는 부분을 찍지 않더라도 2월 촬영 초부터 계속 스튜디오에 나오는 등 이 영화에 대단한 열성을 나타내었다.
영화에서 후크는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공포스러운 외모 뒤에 나약함을 간직한 간교한 늙은이로 묘사되어진다.
따라서 그가 피터 팬과 다시 한 번 붙고자 하는 것은 복수의 목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자기를 녹슬지 않게 할 스파링 상대를 원하는 데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에 안쓰럽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스필버그야말로 <후크 선장>으로 자신의 영화감성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대작과 씨름하려는 것은 아닐까?
휴크의 유일하고도 영원한 맞수인 피터 팬은 <죽은 시인의 사회>, <피셔킹>으로 현재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 로빈 윌리암스가 맡았다. 그는 가슴과 다리 사이가 벨트로 고정시켜져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그야말로 <후크 선장>을 찍으며 질리도록 경험했다. 윌리엄스가 완전히 한 바퀴 돌아 공중제비를 넘기도 하고 땅을 가볍게 박차고 지상 12m 위로 솟아오르는 묘기를 완벽하게 해 낼 무렵 그의 몸은 완전히 멍투성이었다고.
로빈 윌리암스는 네버랜드에서 날아다니고 싸우는 것보다 초반부에 피터 베닝을 연기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실토했다.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어딘가 피터 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변호사 피터 베닝은 마치 수수께끼 그 자체이기에 인물 창조가 쉽지 않았다고.
쥴리아 로버츠는 <후크 선장>을 찍는 동안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을 듯 싶다. 키퍼 서덜랜드와의 파혼은 이미 잘 알려진 소식이고, 제이슨 패트릭과의 소문을 비롯한 악성루머가 떠돌았고, 급기야 쥴리아는 촬영직전 독감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퇴원 후 의상문제로 약간의 지연을 제외하고는 모든 촬영 스케쥴을 순조롭게 맞추어 나갔다.
쥴리아는 촬영현장에서 ‘USA 투데이’지에 그녀가 <후크 선장>에서 도중 하차하고, 영화촬영에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다는 기사를 읽으며 촬영팀과 신나게 웃었다고.
7인치의 요정에 불과하던 팅커 벨이 갑자기 안간의 크기로 커져 공주 같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피터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의문의 여지없이 가장 안타까운 순간! 팅커 벨은 피터에게 지난 30년간 그만을 생각해왔음을 고백하지만 피터는 그 순간 부인 마이라를 떠올린다. 가정에 충실한 피터를 무어라 나무랄 수는 없지만 팅커 벨의 심정을 생각할 때 마음이 아파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쥴리아 로버츠의 팅커 벨에서 한 가지 유감스러운 점은 그녀가 나오는 장면 중 거의 반 이상이 옆에서 피터가 엉뚱하게 실수를 저지르면 거기에 웃음짓는 장면(reaction shot)에 불과하다는 것. 물론 그것이 쥴리아의 책임은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아들 잭 역을 맡은 찰리 코스모는 현재 아역 배우 중 제일 근사한 크레딧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딕 트레이시>에서 워렌 비티, 알 파치노, <닥터>에서 윌리엄 허트, <후크 선장>에서는 더스틴 호프만, 로빈 윌리암스, 그야말로 이 세대의 가장 훌륭한 배우들과 공연하는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잭의 역할은 영화의 핵심요소이다. 사실 피터와 후크와의 가장 큰 갈등은 서로 잭의 아버지로 선택받으려는 경쟁 의식에서 비롯한다. 또한 잭은 피터에게 날 수 있는 힘을 주는 ‘행복한 생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영원한 동심을 간직한 피터 팬의 가장 행복한 생각이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는 것이 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것은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주제이다.
▶ 헐리우드의 피터 팬 스필버그, 그의 숙명을 받아들이다.
2년 전만 해도 <피터 팬>은 죽어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스티븐 스필버그가 마음을 돌려 <후크 선장>을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자신이 진정 누구인가를 망각한 채 살아가는 중년 피터의 네버랜드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자신의 환상세게로의 귀환과 평행관계를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가 과연 누군가 알아내는데 시간이 조금 많이 걸렸지요. 최근 깨달은 것은 구로자와 아키라나 마틴 스콜세지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저는 역시 제 주특기에 몰두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스필버그가 정말 그의 말대로 휴식을 너무 오래 취한 듯 모험 영화를 전작 <올웨이즈/사랑과 영혼>과 같은 속도감으로 찍어 서스펜스 감이 떨어진다는 것. 특히 본영화 (피터가 네버랜드에 간 후부터)가 시작하는 데 너무 뜸을 들였다는 것(55분)은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 <후크 선장>의 마지막 교훈, 또는 스필버그의 함정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후크가 최후에 어떻게 심판을 받느냐 하는 것이다. 피터는 박애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후크에게 몇 번이나 살 기회를 주지만, 후크는 그 때마다 갈쿠리로 피터의 손을 찧는 등 비열하게 기회를 이용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피터는 아이들 소원대로 후크를 놔주지만, 후크는 끝까지 피터를 죽이려고 하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실수로 공룡 밥이 되고야 만다.
최근에 개봉한 월트디즈니의 <미녀와 야수>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야수는 벨이 다시 자기에게로 돌아오자 자신을 잔인하게 공격하던 게스통을 용서해주려 하지만, 개스통은 비열하게 야수를 등 뒤에서 칼로 찌르려고 하다가 발을 헛디뎌 천길 아래 벼랑으로 떨어진다.
악인은 용서를 해주어도 그것을 감사하게 여기기 보다는 기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과 악인은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판다는 것이 이 두 영화의 공통된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