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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소년 테이트(1991.12)
▶ 죠디 포스터 감독 데뷔
요즈음 헐리우드에서는 배우가 감독으로 전향하는 것이 유난히 눈에 띤다. 하지만 결과가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처럼 대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지만, 숀 펜이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인디아나 런너>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극장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여기에 죠디 포스터가 도전장을 던졌다. 13살부터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하여 이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피고인>을 찍을 무렵에는 주의의 어떤 스텝(심지어 감독까지 포함해서)보다 더 오랜 영화인 경력을 자랑하던 그녀가 ‘나도 할 수 있다’라고 감독 겸 배우 겸업을 선언한 것이다.
▶ 천재 소년의 평범한 어머니
믿을 수 없이 독특한 이해력과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소년 프레드 테이트는 그야말로 타고난 신동이다. 그러나 테이트의 어머니 (죠디 포스터)는 비상한 아들과 달리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미혼모이다.
테이트의 소문이 퍼지고 이들 모녀를 제인(<가위손>에서 위노나 라이더의 어머니 역을 맡은 다이안 웨스트)이 찾아온다. 그녀는 테이트의 어머니 디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믿는 천재들만 맡아 키우는 영재학원 교장이다. 3살의 나이에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는 데 글을 척척 읽고 처음부터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커단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공놀이를 할 때도 구석 한가운데에서 미켈란젤로의 성화를 그리고, 집에서 엄마가 불러도 책을 읽는데 열중한다. 스스로 피아노를 익혀 콩쿨에서 입선하고, 어머니의 생일날에는 선물로 오페라를 작곡하여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다.
▶ 천재 소년의 고독과 어머니의 불만
하지만 테이트가 가장 원하는 것은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친구이다. 언제나 오존층 파괴로 지구를 걱정하고 정치문제 토론을 즐기는 이 국민학교 2학년 꼬마 천재에게 친구가 있을 리 없다. 결국 생일 파티에 단 한 명의 친구도 나타나지 않아 낙담하고 있는 테이트를 보고, 여태까지 영재교육을 강력히 반대해 오던 디디는 제인이 주관하는 여름 학술기행에 테이트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테이트는 여행 중 제인과 매우 친해진다. 그리고 암산 경시대회에서 여태까지의 참피온보다 더 뛰어난 실력으로 명실공히 천재소년임을 인정받는다.
디디는 여름방학 동안 테이트를 플로리다로 데려가려 하지만, 제인의 주장대로 대학교에 가서 원자물리학 강의를 듣게 된다. 이제 테이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제인과 지내게 된다.
그러나 테이트는 행복해지지 않는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 에디도 한동안은 호기심으로 함께 지내더니 ‘나는 어른이니까 어른들하고 놀아야지 너 같은 꼬마하고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없어’라며 떠나간다. 제인도 천재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러나 언제나 어린아이 취급이다.
▶ 천재 소년의 마지막 선택
테이트는 상처받은 마음으로 중간고사를 백지로 내고, 텔레비전에 출연해서도 엉뚱한 말만 하고 심지어는 “내 엄마는 죽었어요!”라고 말해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이트는 집에 돌아온다. 그러나 엄마 디디는 플로리다에 가서 텅 빈 방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테이트는 불도 켜지 않고 깜깜한 응접실에 혼자 멍하니 앉는다. 마치 천재라고 믿을 수 없게.
그때 엄마 디디가 들어와 테이트를 포옹한다. 기교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죠디 포스터는 감동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아마도 금년의 가장 야심적인 데뷔일 것이다. 죠디 자신도 영화에 매우 자신감을 가진 듯 영화가 끝난 직후 감독 죠디 포스터(A Film by Jodie Foster)라고 큰 중자 자막이 화면을 메운다. 보통 미국영화에서 감독의 크레딧은 뒤에 안 들어가는 것이 상식인데 말이다.
JODIE FOSTER
죠디 포스터가 감독 제의를 처음 받은 것은 <양들의 침묵>을 찍으면서 안소니 홉킨스를 통해서였다. 매 장면 꼼꼼하게 준비해서 연기하는 죠디를 보고 배우보다는 감독이 어울릴 것 같다고 칭찬을 했다.
그러나 그녀가 감독을 생각한 것은 훨씬 이전부터였다. 예일대학교 영문과에서 그녀의 전공은 희곡이었고, 전통적으로 예일대는 세계 최고의 영문과를 자랑하고 있다. 실제로 졸업과 함께 연극으로 전향할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택시 드라이버>에서 그녀를 데뷔시켰던 마틴 스콜세즈 감독은 조나단 캐플란 감독에게 그녀를 추천했고 <피고인>에 출연하여 오스커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지금 죠디 포스터는 연기파로서 메릴 스트립을 추적하는 가장 확실한 배우일 것이며, 더구나 그녀의 감독 데뷔는 지금 동세대에서 넘버 원 우먼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