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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1(1991.10)

 

 

그랑프리<살몬베리> 퍼시 애드론 감독

 

알라스카 복판에서 두 여자의 우정으로
- 영하 20~50도까지 내려가는 눈과 빙하의 장소에서 상처나고 다친 마음을 가진 두 여자가 만난다. 부모로부터 버려졌던 20살의, 꼭 남자 같은 외모의 알라스카 여자, 그리고 세상의 끝과 같은 동베를린으로부터 떨쳐나고자 알라스카로 찾아온 도서관 직원, 이들 두 여자 사이에 있던 두터운 벽이 내려가고 대화의 열정이 솟는 순간 유리병 안에 갇혀(?)있던 빨간 살몬베리(다른 산딸기보다 비타민C가 몇 배 더 농축된 딸기류)가 바닥에 떨어져 퍼진다. –

 

제 15회 몬트리올 영화제는 퍼시 애드론을 위한 축제였다. 영화가 시사되고 난 뒤부터 사람들은 최우수작품상의 거론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트로피는 이제 애드론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다.

 

“나는 정말로 인간관계 즉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히 여긴다. 내 영화에서 나는 매번 그것을 다루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애드론 감독이 한 문장을 끝낼 때마다 정말로라는 단어가 몇 번씩 떨어진다.

 

그는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소와 색채의 독특함을 88년작 <바그다드 카페>와 견주어가며 설명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인간관계, 휴머니티)은 단순하다. 그것을 유일무이하고 간단하게 전달하고 싶다. 사람의 생각 속에 있는 형상과 그것을 직접 보는 것은 다르게 느껴진다. 즉 <바그다드 카페>의 경우 뜨거운 모자비사막에서 뚱뚱한 여자와 마른 여자가 만난다. 나는 장소와 두 여자의 신체의 차이로 서로의 다른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두 여자는 열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그것의 상징이 바로 장소, 사막, 뜨거움이었다.”

 

애드론이 곧 덧붙였다.

 

“<살몬베리>의 경우는 다르다. 두 여자는 외양이 다르게 생겼고 (한 명은 남자처럼,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어서야 관객은 그 역시 여자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두 여자는 대화가 단절돼 있다. 둘의 사이는 얼음처럼 차다. 알라스카가 장소로 선택된 이유가 이해되는가?”

 

애드론 감독은 문화, 외모, 교육 등 모든 것을 떠나서 우리는 서로가 사랑할 수 있는 인간애가 기본적으로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들 사이에는 언제나 벽이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자유롭지 못하다. 가까워지고 싶어하면서도 늘 벽을 쌓아놓고 허물지 않는다. ,<살몬베리>에서 서로 첫 접촉도 하면서 비로소 그 벽이 무너진다.”

 

그는 이 영화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의미를 상징화 시켰다고 했다. 벽은 순식간에 허물 수 있지만 아직 커뮤니케이션은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

 

“색채? 색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환영이 있따. 우리가 무엇을 생각할 때는 이미 머리속에 그것은 색으로 자리잡는다. 즉 사막하면 곧 우리는 골드와 베이지를 연상한다. 그러나 <바그다그 카페>하면 베이지와 그린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살몬베리>는 흰 색과 붉은 색이다. 붉은 색은 자극적이다. 작은 병안에 담긴 살몬베리가 깨지면서 천장 위의 샨데리아도 떨어진다. 두 여자의 심적 전환의 장면으로 나는 <살몬베리>를 선택했다.”

 

대화 중에 애드론 감독은 자기 확신감을 적절하게 드러내곤 했다. 장소와 색채 선택의 방법을 묻자 수줍게 (!) 미소 지은 뒤 화가처럼 말했다.

 

“나는 운 좋게도 경치(풍경)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 나는 여행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저 며칠 다녀오는 여행은 싫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면서 깊이 그곳을 느끼고 알게되는 그런 여행을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만드는 영화 역시 천천히, 조금씩, 깊이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서 애드론 감독은 자신이 영화 작업 중 가장 힘들고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이 바로 무슨 장소를 선택해야 하고 어떤 장면을 제일 중요하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간이 게임의 규칙을 이미 아는 승자처럼 영화에 대해 여유를 보였는데 다른 이들의 영화를 보느냐고 묻자 『I am a movie』 라고 답변했다. 우리는 한참을 같이 웃었다.

 

“다른 감독들의 영화가 나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공부가 더욱 필요하다. 영화는 어떤 형식이나 틀을 따라갈 이유가 없다. 영화 형식은 계속 시도되어져야 하고 변화해가야 한다. 자기 방식대로.”

 

독일문학사를 공부했다. 그는 책을 많이 읽으며 특별히 괴테를 좋아했다.

 

“좋은 카메라 같은 첨단기계는 내 영화에서는 필요 없다. 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소재, 즉 생각이다.” 애드론 감독의 다음 작품은 LA에서 그의 아들과 함께 영화를 찍게 된다.

 

“LA로케이션 장소는 아주 좁고 긴, 긴 곳이다. 나는 독일에서 시네마를 공부한 내 아들과 함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린 영화를 만들 것이다. 이미 세부적인 장소 세팅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아들을 사랑하고 있으면 자랑스럽다고 얘기했다. 무척이나. 수백 편의 TV 영화와 매년 1편 꼴로 작품을 발표해오던 퍼시 애드론이 이제는 역작을 위한 시간을 더욱 오래 가질 것 같았다. 악수로써 인터뷰가 끝난 3일 뒤 그의 수상 소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