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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으로부터의 편지 - 조심하라! <다이하드2>가 온다
<양철북>의 볼커 쉴렌도르프 감독 최신작 <핸드메이드 이야기> 화제 중
뉴욕 영화제는 막을 내린 지 5개월이 지나도록 뉴욕 극장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개봉된 <스위티>는 근래에 보기 드문 독특한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고급 영화 팬에 의해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제목이 너무 달콤해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상하기 쉽겠지만 사실은 아주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와 그 여동생의 이야기의 페미니즘적인 코미디라고나 할까. 이 영화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여 감독 제인 캄피온의 작품이다.
<검은 비>는 영화제 중 마이클 더글라스가 출연한 미국 영화 <검은 비>가 같은 제목으로 일반 개봉되었던 까닭에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일본에서 촬영되었다는 아주 작은 공통 분모를 제외하고는 유사점을 찾을 수 없다.
드물게 흑백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폭 희생자들의 이야기이다. 조금도 감정을 과장함이 없는 절제 있는 연출력이 돋보였고 연기도 매우 뛰어났다. 장면 중 오토바이와 버스의 엔진 소리만 들으면 발작을 하는 사람이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매우 연극적인 짜임으로 그가 대동아 전쟁(세계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점을 연상케 해 더욱 흥미롭다. 이 장면은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어둡게 처리돼 마치 연극 무대에서 배우가 조명을 받는 듯한 효과를 줌과 함께 음향 효과가 이에 더해져 전쟁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 주었다. 오버랩 같은 영화적 기교를 피하고 연극적으로 그 장면을 처리한 것은 매우 신선하고 효과적이었다.
볼커 쉴렌도르프 감독이 이번에는 미국에서 역시 매우 충격적인 작품을 내놓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목은 <핸드메이드 이야기>. 캐나다 작가 마가렛 앳우드의 인기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으로 매우 공상과학적인 내용이다.
길레드 공화국은 극우인 정부에 의해 개인의 모든 행동이 통제되는 나라이다. 사람들은 계급에 의해 엄격하게 나누어져 있어 생활의 수준은 물론 의복의 색상까지 정해져 있다. 모든 지도 계층의 부인들은 코발트색, 일하는 사람들은 비둘기색, 군인은 카키색, 앤트(공산주의 나라에서 당간부에 해당됨)는 양장된 블라우스와 감색 정장, 핸드메이드는 눈같이 흰 하얀 옷과 피같이 붉은 옷을 입는다. 색깔이 매우 상징적이다. 길레드 공화국에서는 인간성이 말살되어 인간이 사물처럼 취급된다.
숙소로 고쳐진 체육관에 수용된 여자들은 24시간 컴퓨터에 의해 엄격하게 감시되어지고 매끼 식사마다 한 움큼의 비타민을 비롯한 영양제를 먹도록 강요되어 진다. 그들의 임무는 지도계층의 집에 가서 아기를 낳아주는 것.
대리모로 선택되어지면 비로소 체육관에서 나와 그 집에 가서 사는데 두 가지의 중요한 의식을 거쳐야만 한다. 첫 번째 의식은 구약 성경 창세기에 야곱과 레이첼이 대리모를 받아 들이는 부분을 낭독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파란색 베일로 얼굴을 가린 부인과 빨간색 베일로 얼굴을 가린 핸드메이드가 손을 잡고 누워 있으면 남편이 옷을 입은 채로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임신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의 축복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된다. 배가 불러서 길을 걸어가면 모든 사람이 멈추어서 박수를 친다. 하지만 한가지 모순적인 점은 아기를 못 가질 경우 모든 책임은 여자에게 돌려진다는 것-남자는 절대로 의심받거나 검사 받지 않는다. 다급한 여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누구의 아이라도 낳으면 되는 것 아닌가. 산부인과 의사나 혹은 운전수의 아이라도.
핸드메이드가 출산을 할 때가 되면 모든 핸드메이드들이 한 방에 모여 출산의 진통을 함께 한다. 하지만 아기가 나오자 마자 아기는 파란 옷의 부인이 데리고 간다. 아기를 낳은 진짜 엄마는 정작 아기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아기를 낳는 순간 옆에 있는 사람이 산모의 목을 눌러 아기의 얼굴을 못 보게 한다.) 단 한 사람도 돌보아 주는 사람 없이 허탈감에 쌓여 침대에 누워 있는다. 이 전체의 이야기가 <씨받이>와 너무 흡사하다. 공간적, 시간적 배경에 조금 차이가 날 뿐이지.
마이너 영화의 열기 속에 <다이하드2>가 개봉 직전!
<핸드메이드 이야기>가 성공적인 국제적 영화라면 3주일을 채 못 채우고 뉴욕 극장가에서 사라져 버린 <봄의 급류>는 그 정반대의 예이다. 한번 상상해 보기 바란다. '만약' 미국 배우가 연기하는 러시아인이 독일을 여행하던 중 빵집을 경영하면서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역시 미국인이 연기하는) 이탈리아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후 그 남자가 독일 여배우가 연기하는 러시아 여자의 유혹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헝가리 감독과 프랑스-이탈리아 공동 프로덕션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영화를 감상한 후에는 모든 복잡한 문제들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 한 가지 절망스러운 사실은 아무리 고심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티모시 허튼의 러시아 억양은 진심으로 없느니만 못하다. 도대체 지구 위의 어떤 사람이 그 얼굴을 보고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기억에 남는 것은 로맨틱한 승마와 기구를 타고 유회하는 장면과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의상 뿐이다. 마치 작년 한국에서 개봉된 <막달리나>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고 이야기와 캐스팅, 연기의 관점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화였다.(물론 상대역보다는 훨씬 러시아인같이 보였지만) 왜 나스타샤 킨스키는 이즈음 들어 그런 종류의 영화에만 얼굴을 내미는 것일까?
이제 메이저 영화와 마이너 영화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 지는 느낌이다. <비틀쥬스>로 매우 마이너적인 영화를 한다고 평가 받은 팀 버튼 감독이 전세계적인 신화 <배트맨>을 만들지 누가 알았으며, 26살의 어린(?) 남자가 혼자 북치고 장구친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일 줄 상상이나 했으랴. <나의 왼발>같은 고급 영화도 뉴욕 비평가 협회상을 탄 후 지방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고 매우 개인적은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같은 영화를 보려고 7불을 내고(맨하튼의 영화 값은 비싸다고 소문이 났다) 영화관에 들어가는 것이 요즈음 벌어지는 일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주가가 급상승한 맥 라이언이 탐 행크스(<빅>, <스플래쉬>)와 <죠대 화산>이라는 영화에 같이 출연한다. 틀림없이 코미디일 텐데 두 유능한 코미디언이 호흡을 맞추는 것을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한가지 예기치 못했던 것은 로브 로와 제임스 스페이더(<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깐느 남우주연상 수사)가 <나쁜 영향>이라는 히치콕 류의 영화에서 연기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다. 제임스 스페이더의 차분한 연기도 좋았지만 로브 로의 알렉스-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비정하고 잔인한-는 매우 새로운 역이었고 비교적 만족스럽게 소화해냈다.
지금 극장에 가면 이미 올 여름 극장가에 어떤 영화가 있을 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월트 디즈니가 자신 있게 내놓는 영화는 <딕 트레이시>-마돈나가 나온다. 마돈나가 나온 영화치고 특별히 성공한 영화가 없지만 이번에는 어떨는지.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 하드2>('다이하드'가 고군분투라는 뜻이라는 것을 아시는지). 영화사 측에서는 'Die Hard 2 = Die Harder'라고 선전하고 있다. <바이탈 사인>은 다이안 레인을 비롯한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데 정작 내용은 어떨는지 자신이 없다. <엑소시스트>의 감독이 <보호자>라는 제목의 납량물을 가지고 90년 여름에 찾아온다. 엑소시스트란 말만 들어도 감이 잡히겠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비상사태가 쉴 새 없이 벌어진다.
<차타후치>라는 이상한 제모의 영화는 6ㆍ25에 참전했던 미국 병사가 생활에 적응을 못하다가 결국에는 그것을 극복하고 영웅이 된다는 내용이다. 베트남에서 더 이상 우려 먹을 것이 없었던 것일까 혹은 단순히 한국전이 흥미로운 소재였을까 혹은 실화일까. 한 가지 우려되는 바는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아직도 한국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줄 아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