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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유명한 동양인 조명부로서의 소신
여성의 몸으로, 또한 해외유학파로서의 ECHO FILM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깰수 있는 놀라운 측면은 그녀가 뉴욕에서 프로 조명부로 일년 반이나 활동했다는 사실이다. 뉴욕대 재학 중에도 충무로 현장을 파악하기 위하여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에 합류하여 수많은 군복을 약품으로 물을 빼고 말리는 고된 작업을 자청했던 그녀는 영화의 여러분야 중에서도 조명에 대한 예찬론자이다. '일년 반 동안 조명 갖고 먹고 살았다.'고 표현하는 ECHO FILM은 무거운 조명기를 옮기거나 전기를 배선하는 따위의 험한 일을 스스럼없이 해냈다. 그래서 가뜩이나 여성이 드문 뉴욕 인디펜던트 영화계에서 동양인 여성 조명부로 꽤 알려져 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레즈비언 영화 <하이 아트>도 그녀가 조명부로 참여한 작품이다.
"작업에 따라서 성격이 생긴다고 하는데 조명부는 참 사이가 좋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 증권회사에서 다 같은 한국이인데도 미국 담당과 일본 담당이 틀리대요. 미국 담당은 일 끝나면 각자 알아서 퇴근하느데, 일본 담당은 한 사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매일 회식한다고 해요. 촬영부는 보직이 정확하여 퍼스트는 포커스를 맞추고 세컨드는 필름가는 것처럼 각자의 일을 하지만 조명부는 팀 워크여야 하거든요. 조명기사부터 조수까지 같은 일을 하고 항상 같이 다니고 열심히 하다가 촬영중에 빠져서 현장을 볼 수 있고 서로 얘기도 하면서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그런 점에서 조명부 일은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주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도 돈을 적게 줄수록 일은 오래 시키고, 대학교의 등록금이 비쌀수록 방학이 길더라구요(웃음)." 옛날에 좋게 보았던 영화이지만 조명의 원리를 깨닫고 난 뒤에 ECHO FILM이 다시 발견한 훌륭한 조명의 영화는 빌 어거스트의 <정복자 펠레>이다. 리얼리스틱한 조명의 표본과도 같은 이 영화는 역광을 매우 세게, 보조광을 인물의 눈만 보일 정도로 만들어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보조광을 넉넉하게 주어서 인물의 얼굴 윤곽을 두드러지게 하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최근에 본 <굿 윌 헌팅>은 예외적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고, 서울 독립영화제에서 본 일본영화<오니비>의 조명도 전문가로서의 ECHO FILM의 시선을 끈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