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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내가 맺는 관계가 나에게 준 선물

 

베르히만의 영화를 통해 성숙한 지혜와 성찰을 발견하는 ECHO FILM은 아직 자신의 영화언어는 미숙하지만 신이 주신 선물로서 영화를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그녀는 영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기만의 답을 확립해 놓은 상태이다. 그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물' 이라는 생각이다. <스케이트>가 낮은 목소리로 장애인과 정상인의 의사소통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도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다. 그녀는 먼저 영화감독이 된 한 뉴욕대 선배의 말대로 '미국 모범 유학생 콩쿨대회의 그랑프리감' 과도 같은 건전한 유학생활을 거쳐왔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이런 평가 안에는 유학생활 중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밀알 선교회'의 일원으로서 그녀가 실천한 선행들도 포함되어있다. 그래서 마음과 머리가 따로따로 노는 많은 영화와는 달리 <스케이트>는 ECHO FILM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과도 같은 영화이다. "오래전에 한 선배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영화감독은 그 사람이 얼마나 착한지가 소용없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린 마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는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럴까. 그러나 지금은 그 명제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물론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고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과 만나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먼저 바뀌고 내가 먼저 사람이 되고 내가 먼저 생각을 하고 내가 먼저 느끼고 내가 먼저 사고를 해야 나의 영화가 그렇게 나오잖아요. 만일에 내가 결혼과 사랑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서 그 일로 인해 나의 결혼이 사랑이 없는관계로 바뀐다면 어불성설이겠지요. 나는 앞으로 그런 식으로 작아지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통해서 뭔가를 깨닫고 영화를 통해서 세상과 만나고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과 만나고 영화를 통해서 뭔가를 더 배우는 과정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초등학교 때 접한 프랑코 제피렐리와 고등하교 시절에 매료된 빔 벤더스(그녀는 깐느영화제에서 세 시간 동안 심포지움을 했던 빔 벤더스에게 유일하게 영어로 질문하기도 했다고 한다.)를 거쳐 지금 ECHO FILM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키아로스타미와 키에슬로프스키이다. 특히 그녀는 영화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로 다음 영화를 만든 키아로스타미의 방식을 선망한다. "처음에 뉴욕에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보았을 때는 너무 지루하고 마지막 장면도 잘난 척한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보고 난 후에 올해 다시 보니 정말 좋더라구요. 나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으로 돌아와서 내 영화에 출연했던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고 한 사람씩 만났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만남들이 너무 소중해요. 아직 많은 영화를 만들지 않았고, 단편은 주로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지만 나는 창작이라기 보다는 발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기본틀은 정해 놓지만 배우들과 리허설 해 가면서 함께 만들고 맨 처음에 소재가 주어지는 것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게 주어지는 부과물, 또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