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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의도'와 어긋남에 대한 지속적 탐색

 

어떤 의미에서 유명감독들과의 직접 인터뷰는 ECHO FILM이 영화광으로서 키우고 있었던 영화감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현실의 직시로 바꾸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영화를 보았고 다양한 감독을 직접 만나본 ECHO FILM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한편의 영화는 뜻밖에도 빌 어거스트의 <최선의 의도>이다.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시나리오로 완성된 이 영화는 그녀가 생각하는 가장 궁극적인 상태의 미덕을 갖추고 있는 완벽한 작품이며, 그녀의 습작 시절부터 <스케이트>까지 이어지는 한 가지의 일관된 주제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어왔다. 특히 고등학교 때 만든 단편 무성영화 <굿 인텐션>은 이런 관심의 시작이다. 세 살짜리 꼬마가 밖에서 자동차를 타고 놀다가 집에 와서 혼자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옆에 누워 있는 생후 3주 되는 동생을 바라보던 꼬마는 동생의 입속에 아이스크림을 넣어주려다 엄마에게 들킨다. 혼이 난 꼬마는 구석에 혼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고등학교 2학년의 마지막 실습작 <빅 데이> 역시 의도의 어긋남에 관한 탐색이다. 소녀가 첫 생리를 하는 날,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을 통해 알게된 소녀는 놀랍고 창피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말도 하지 않고 몰래 빨래를 한다. 딸의 이상한 행동을 발견한 엄마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며 딸을 대견해한다.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이상해진 소녀는 아빠가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케익을 들고 축하한다고 말해주자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화가 난 소녀는 저녁도 안 먹고 토라져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밤 늦게 배가 고파서 부엌에 나온 소녀는 케익 상자를 열고 그 안에 쓰여진 아빠의 메모를 발견하고 마음이 풀린다. '숙녀를 위하여'

 

결국 <굿 인텐션>, <빅 데이>와 <스케이트>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나는 저 사람에게 정말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는 상황' 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빌 어거스트의 <최선의 의도>나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많은 영화들이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그런 주제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ECHO FILM을 사로잡는다. "베르히만의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그는 용서라는 화두를 자주 다루는 것 같아요. 동시에 용서할 수 없음의 문제, 자기 상처 때문에 혹은 상황 때문에 용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많은 영화를 만들어 왔지요. <최선의 의도>역시 마지막 장면에 담긴 안나와 헨리의 투 쇼트를 통해 용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베르히만은 훌륭한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으로서 헛살지 않았구나.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세 시간이 넘는 영화를 앉은 자리에서 두 번 보고 나중에 다시 볼 때도 또 연달아 볼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요. 헨리의 입장에서 보아도 안나의 입장에서 보아도 말이 되는 정말 훌륭한 시나리오예요."